1. 승부
영화 ‘승부’는 제목 그대로 ‘승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 질문은 승리와 패배의 결과만을 묻는 것이 아니라 ‘진짜 승부란 누구와 벌이는 것인가’에 대한 사색으로 이어집니다. 영화 속에서 조훈현(이병헌)은 끊임없이 제자 이창호(유아인)에게 밀리며 연패를 거듭합니다. 오랜 시간 승자였던 그가 처음으로 연속된 패배를 경험하는 장면은 단지 한 사람의 기량이 쇠퇴하는 모습이 아니라, 자신이 의지하던 확신이 무너지고 자아의 균열이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무너짐의 과정을 길게 끌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조훈현(이병헌)이 결국 그 패배의 늪에서 스스로를 건져 올린다는 점입니다. 진짜 승부는 바둑판 위가 아니라 그 이전에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셈입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진짜 승부는 자기 자신과의 긴 싸움 끝에 마침내 단단한 확신으로 다시 바둑판 앞에 서는 그 한사람의 이야기 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곧,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2. 배우들의 연기력(주요 인물)
● 조훈현( 배우-이병헌): 영화 승부에서 전쟁의 신 “전신”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승부에 절대 타협이 없는 공격형 기풍의 소유자로 그려집니다. 이병헌은 이러한 조훈현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소화해냈는데, 특히 노련하고 카리스마 있는 승부사의 모습과 패배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적인 면모를 모두 섬세하게 표현 했습니다. 스승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 제자에게 처음 패배했을 때의 충격과 분노, 다시 일어서고자 할 때의 비장함 등이 그의 표정과 눈빛을 통해 생생히 전해집니다.
● 이창호(배우-유아인): 조훈현과 반대되는 묵직하고 냉철한 기풍을 지닌 인물로 묘사됩니다. 어린 시절의 창호는 호기심 많고 밝은 성격이었지만, 조훈현의 엄격한 가르침 아래 점차 말을 아끼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돌부처’같은 성격으로 변합니다. 첫 사제 대결 후 시상식 장면에서 창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라고 말할때 드러나는 복잡한 감정이나, 승부 후 한집에서 조훈현을 마주할 때의 눈치 보는 표정 등은 유아인의 디테일한 연기 덕분에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습니다.
3. 줄거리 요약
영화 승부는 1890년대 후반, 세계 바둑 챔피언에 오른 조훈현(이병헌) 9단은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르고 한 바둑 행사에서 바둑 신동 이창호를 처음 만나게 됩니다. 조훈현(이병헌)은 어린 이창호(유아인)의 비범한 재능을 알아보고 자신의 내제자(함께 거주하며 가르치는 제자)로 들이게 됩니다. 두 사람은 한 지붕 아래 생활하며 스승은 제자의 기량을 키워주고,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 아래 급속히 성장합니다. 시간이 흘러 이창호(유아인)가 성장하여 프로 바둑 기사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마침내 스승인 조훈현과 대승 결승전에서 첫 사제 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모두가 스승 조훈현(이병헌)의 낙승을 예상했으나, 결과는 단 ‘반집’차로 이창호(유아인) 의 승리로 끝납니다. 한때 “프로에게 자비란 없다. 끝까지 물어뜯어라”라며 승부 세계의 냉혹함을 설파하던 조훈현은 자신이 길러낸 제자에게 처음으로 패배하며 큰 충격에 빠집니다. 한편 이창호(유아인)는 우승 인터뷰에서 “좋지 못한 바둑으로 이겨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스승을 이겼다는 부담과 죄책감을 느낍니다. 이 승부 이후로 조훈현과 이창호(유아인)의 관계는 사제에서 처음을 숙명의 라이벌로 변화하며, 두 사람 모두 각자의 내면과 싸우는 고니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패배 후 좌절하던 조훈현(이병헌)은 한동안 슬럼프에 빠지지만, 곧 투지를 되찾습니다. 후반부에서 재기에 성공한 조훈현(이병헌)과 정상을 지키는 이창호(유아인)가 다시 한 번 큰 대회의 결승 무대에서 맞대결을 펼치며 클라이맥스를 이룹니다.
4. <승부>가 전하는 메세지
영화 승부는 바둑 영화가 아닙니다. 인생이라는 커다란 바둑판 위에서 우리가 누구와 싸워야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수를 두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묻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패배를 인정하는 용기’, ‘자기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 ‘남이 제시한 답이 아닌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확신’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축으로, 우리 모두의 삶을 향한 깊은 시선을 던집니다. 연패와 자존감의 붕괴를 겪으면서도 다시 정장을 차려입고 대국장에 나타난 그의 모습은, 결국 삶도 바둑처럼 한 수 더 둘 수 있는 용기에서 다시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창호(유아인)의 성장 서사는, 우리 모두가 겪는 ‘타인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리듬을 찾는 여정’과 맞닿아 있습니다. 스승의 바둑을 좇다가 자신의 수를 발견하는 이창호(유아인)의 모습은, 우리가 인생에서 듣는 수많은 조언들 속에서도 결국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영화는 다양한 메세지를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과장하거나 억지 감동을 유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담백한 톤과 절제된 감정선으로 진정성을 전달하고 있으며, 바둑이라는 조용한 게임 속에 숨겨진 치열한 감정과 철학을 꺼내 보이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5. 리뷰
승부는 오랜 기간 개봉을 기다려온 작품인 만큼 관객들과 평단의 큰 관심 속에 개봉했습니다. 이 영화는 바둑 대결의 승패를 그리는 동시에 승부를 대하는 인간의 자세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조훈현(이병헌)의 무심과 이창호(유아인)의 성의는 단순히 바둑에 국한된 철학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관통하는 가치로 제시됩니다. 승부에 집착하지 않는 듯 담담하게 그러나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 바로 영화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일류의 자세일 것입니다. 바둑팬은 물론, 좋은 스포츠 휴먼드라마를 기다려온 고나객들에게 충분히 만족스러운 작품이며, 실화를 바탕으로 이토록 긴장감 넘치고 울림 있는 영화를 만들어낸 점에서 한국 영화의 또 다른 성취라고 평가할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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